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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이 만든 연구기관, 무엇이 특별할까

Created
2025/08/14 07:31
Tags
럭셔리
재활용
소재
지난 6월,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 샤넬(CHANEL)이 새로운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 ‘네볼드(Nevold)’의 설립을 발표했어요. 자체적인 소재 연구 기관을 세워 순환 소재의 확대를 예고한 것입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에 대한 리스크가 점차 커지면서, 지속 가능한 소재 사용을 확대하려는 글로벌 럭셔리 업계의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샤넬은 ‘Never’과 ‘Old’ 단어를 합성하여 기관의 이름을 네볼드로 지었는데요. ‘오래된 것이 다시 새로워진다’는 뜻으로, 샤넬이 앞으로 이끌어갈 순환 이니셔티브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네볼드(Nevold)의 로고. (출처: 네볼드 링크드인)

네볼드의 미션과 역할

그렇다면 네볼드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5000만~8000만유로(한화 약 790억~1270억원)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 받은 네볼드는 기존 패션업계에서 흔하게 쓰이던 소재와 신소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소재를 만들고, 자투리 천이나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폐기되는 소재를 먼저 확보한 뒤, 대량 생산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추어 재활용 소재의 사용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재고를 업사이클링하여 새 의류제품을 만드는 ‘제품의 순환성’ 보다는 생산단계의 순환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공급망을 전체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탈바꿈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네볼드로 자급자족?

샤넬이 네볼드를 설립하게 된 배경에는 소재 확보의 어려움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샤넬은 면, 울, 캐시미어, 실크, 가죽 등 5대 핵심 원자재를 생산량의 50% 투입 중인데, 소재의 지속 가능성을 추적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네볼드를 통해 새로 개발되거나 생산되는 하이브리드 소재를 공급 받겠다는 것이죠. 기후 변화와 공급망 병목 현상도 자원 확보를 까다롭게 만들고 있어, 네볼드의 설립은 이러한 리스크를 줄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네볼드에서 생산한 원사.
브루노 파블로브스키(Bruno Pavlovsky) 샤넬 패션 부문 사장은 <보그 비즈니스(Vogue Business)>와 인터뷰에서 “샤넬은 재고를 폐기하지 않았지만, 미판매 제품에 대한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었다”며 “네볼드가 바로 그 시스템”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시스템의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타 기업의 참여도 열어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네볼드는 기존 소재 파트너인 아틀리에 데 마티에르(L’Atelier des Matières), 팔라튀르 뒤 파크(Filatures du Parc), 그리고 오센틱 머티리얼(Authentic MAterial)과 협력하여, 재활용 섬유 개발을 위한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함께할 것이라고도 예고했습니다.

너도나도 ESG 이니셔티브

이러한 샤넬의 행보는 사실 이례적이진 않습니다. 이미 럭셔리 업계에서는 재활용 및 업사이클링 이니셔티브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네볼드는 ‘개방형 플랫폼’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속 가능한 소재를 공급 받는 구매자의 입장이 아닌, 공급자의 입장이 되어 공급망 변화를 주도하기 때문이죠.
디자이너 브랜드에 재고 원단을 판매하는 LVMH의 노나소스(Nona Source)와, 재생 소재를 사용하는 구찌의 오프 더 그리드(Off the Grid) 라인도 비슷한 취지로 운영되고 있지만,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네볼드보다는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유럽연합(EU)이 재활용 소재 사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샤넬의 네볼드 설립은 타 럭셔리 업계가 채택하는 ESG 이니셔티브와는 다르게 포지셔닝 될 것으로 보입니다.
EDIT 유혜정